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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여행/유럽가족여행(2010)

25일간 유럽 캠핑카 여행 - 10일째(8월 23일). Firenze - Assisi

낮동안은 그렇게 덥더니 밤이 되면 선선한 바람도 제법 불어서 참을만 하다. 우리나라 날씨와는 다르게 그늘밑으로만 들어가면 시원하기 때문에 고대 로마사람들도 뜨거운 여름을 견딜 수 있었을 거 같다.

FirenzeCampeggio Michelangelo는 시내를 걸어서 갈 수 있다는 것 빼고는 가격도 58.5유로로 비싸고 딱히 시설도 좋지 않은 캠핑장이다. 어제 저녁에 많이 걸어서 인지 오늘은 9시가 넘어서 일어났다. 원래 욕심으로는 미켈란젤로, 단테, 갈릴레오 등의 유해가 있다는 성당을 가보고 싶었으나, 시간이 여의치 않아 바로 Assisi로 출발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국도를 달리다 보니 이제 다들 경치보는 것으도 질린듯 다들 잠에 골아 떨어지고, 나만 홀로 운전을 하는데 Siena 근처를 지날 때 경치가 그런데로 볼만해서 운전하는 데 지루함은 없었다. 다시 다들 일어나고 오늘은 아웃렛을 한번 가야 된다는 여성들의 요구가 있어서 아웃렛 표지를 유심히 보며 지나가는데 Perugia 가기 40km전 쯤에 검은색 아웃렛 표지를 보고 들어가니 상당히 규모가 큰 미국식 아웃렛이 있었다. Assisi 1시간이면 도착하는 거리에 있으므로 여유있게 와이프,처제,소피는 쇼핑을 가고, 나와 피터는 캠핑카에서 한숨자고 점심도 간단하게 빵으로 때웠다. 2시간쯤 쇼핑한 여성들은 주방용품, 옷가지들을 사왔는데 국내보다 많이 싸다고 한다.

 

Perugia 시내 전경


                  멀리서 보이는 Assisi. 왼쪽에 보이는 것이 성 프란체스코 성당. 


다시 차를 몰아 2000년대 초반 안정환선수가 뛰던 Perugia를 지나니 곧 저 멀리서 Assisi가 산 허리쯤 자리잡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Assisi 근처로 가니 도시 전체의 모습에서 고풍스러운 느낌이 느껴진다. 네비에서 Campeggio Fontemaggio를 인식하지 못해 근처에서 못찾고 헤메다가 한 캠핑카가 가는 방향을 따라서 들어오니 캠핑장이 있었다. 이 캠핑장은 산 허리쯤에 위치하고 있고 길도 좁은 편이라 네비에는 안 잡히지만, 그만큼 한적하고 사람도 많지 않아서 Venezia 캠핑장보다는 훨씬 차분한 분위기이다. 체크인을 위해 리셉션에 들어서니 아무도 없어서 알고보니 레스토랑과 리셉션을 같이 운영하고 있어서 레스토랑으로 찾아가니 주인이 있다. 보통의 체크인 절차 대신 아무대나 주차하란다. 대부분 캠핑장은 선불로 결재하거나 여권을 맞기고 체크아웃할 때 계산하는 게 보통인데


                                       Assisi 처럼 조용하고 한적한 캠핑장


                                  캠핑장에 있는 덩키와 즐거운 시간~~


해가 한풀꺽인 7시가 다 된 무렵에 Assisi 구경을 나섰다. 캠핑장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길들이 시야가 탁 틔여서 경치가 좋다1킬로미터 정도 걸어가면 시내 중심에 다다른다. Assisi 시내로 들어가니 중세시대 분위기가 그대로 묻어나온다. 마치 숀 코네리 주연의 장미의 이름 영화에 나오는 세트장 처럼, 어떻게 보면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인생은 아름다워의 배경과 분위기가 상당히 비슷하다.


                                           고풍스러운 Assisi 시내 거리


                 베네치아, 피렌체 성당과는 또다른 느낌을 주는 성 프란체스코 성당


와이프는 지금까지 본 도시들 중에서 가장 이탈리아스럽고 분위기가 좋다고 좋아한다. 시내가 작지만 성당이 꽤 많다. 성 프란체스코 성당, 성 스테파노 성당 등 여러 개가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게 성 프란체스코 성당이다. 시내 중심에서도 한 500미터 이상 걸어가야 나오는 데 규모는 작지만, 주변 경관하고 조화가 잘 되어서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Assisi는 수도승 복장을 한 수사들이 많이 보여 카톨릭 도시의 이미지를 제대로 풍겨준다.

 

캠핑장으로 오기전에 시내 레스토랑에서 오랜만에 외식을 했다. 이탈리아 피자와 스파게티를 먹는 것이 목표였는데, 대부분의 레스토랑에서는 코스요리를 하는 거 같아서 선뜻 들어가지 못했는데.. 여기에는 피자를 하는 레스토랑이 있어서 외식을 학기로 결정했다. 스파게티가 되냐고 물었더니, 안된다고 한다. 옆에 사람들이 먹고 있는 스파게티를 가르키며 저건 뭐냐고 하니 텔레텔레(?)라고 한다. 스파게티는 면이 가는 것이고 텔레텔레는 면이 넓쩝하다고 한다. 짜슥 그게 그거지..

텔레텔레 3종류를 시키고 피자 2종류를 시킨다면, 미네랄 워터 1, 콜라 2, 맥주 2를 시켜 놓고 한참 기다리니 나온다. 먼저 나온 텔레텔레는 양이 왜 그리 적은지 ㅜㅜ.

와이프는 3개를 합쳐야 1인분 밖에 안된다고 투덜된다. 다음으로 나온 피자는 생각보다 크기는 컸지만 소금을 한번 뿌리고 나왔는지 왜 이리 짠지 모르겠다. 나오면서 계산을 하니 61.5유로(한화로 9만원)라고 한다. 테이블 세트비도 1인당 2유로가 포함되어 있었다. 전반적으로 예전에 로마에서 만족스럽게 먹은 피자, 스파게티 생각하고 왔건만 대 실망이다.


                                               스파게티가 아닌 텔레텔레(?)


돌아오는 길은 이미 어두어져 보름달이 길을 밝혀주었다. Assisi는 위험한 도시가 아니기 때문에 별로 위험하지 않고 해서 가로등도 없는 길을 달빛을 받으며 다시 되돌아와 캠핑장으로 돌아왔다.

To be continued